SNS에 빠진 나르키소스, 문민주, 2020

인스타그램이 몇몇 국가에서 게시물의 좋아요 수를 보여주지 않는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에서도 좋아요 수를 숨기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합니다.1

페이스북의 좋아요 버튼을 발명한 개발자 저스틴 로젠스타인은 휴대폰에서 페이스북 앱을 삭제했다고 합니다. 소셜미디어가 정신건강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을 우려해서입니다.2

하지만 소셜미디어가 어떻게 정신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걸까요? 사람들이 연결되고, 서로에게 호감을 표시하는 게 도대체 무엇이 나쁘다는 걸까요? 여기 가설이 하나 있습니다.

1대 다 커뮤니케이션의 특징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유튜브 개인방송의 공통된 특징은 1대 다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입니다. 다른 말로 1인 미디어라고도 합니다.

1대 다 커뮤니케이션의 구조

이는 기존의 TV나 라디오 등의 매체가 방송을 통해 대중에게 메세지를 전달하는 형태와 비슷합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여러 명의 스태프가 참여하는 기존 방송과는 달리 1인 매체는 제작자 및 송출자(메신저)가 한 명이고, 대중의 반응이 좋아요와 댓글을 통해 즉각적으로 돌아온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형태의 커뮤니케이션에서는 1명이 감당할 수 있는 것 이상의 피드백이 메신저에게 집중되기 쉽습니다.

팔로워가 많지 않고 단지 주변 사람과의 소통을 위해 SNS를 하는 경우에는 피드백의 양이 그리 크지 않지만, 좋아요와 팔로워가 많아질수록 메신저에게 집중되는 피드백이 강력해집니다. 그리고 메신저는 무의식적으로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행동과 내용을 게시하려 노력하게 됩니다.

사진이나 글에 많은 좋아요를 받고 고양감을 느껴본 적이 있으십니까? 전문가들은 소셜미디어가 도박과 같은 방법으로 이용자들을 중독시키며, 코카인과 유사한 쾌락을 준다고 경고했습니다.3 그리고 마약과 같이 반복적으로 얻을 수 있는 쾌락의 정도는 빠르게 감소합니다. 같은 수의 좋아요를 다시 받더라도 처음에 느꼈던 기분을 다시 느낄 수 없는 것입니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1인 미디어뿐 아니라 기존의 방송매체에 대한 피드백도 즉각적이고 직접적이 되면서, 매체를 가리지 않고 많은 방송인이 공황장애,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1대 다 커뮤니케이션은 개인이 쉽게 감당할 수 있는 형태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도티가 나인지 내가 도티인지 헷갈린다. 도티는 알지만 나희선은 알지 못하는 현실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다.

– 샌드박스 네트워크 대표/방송인 도티4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던 내가 이 직업을 가지면서 많이 변했다.

– 방송인 정형돈, 공황장애 경험을 이야기하며5

내 이야기가 소셜 미디어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경고가 되었으면 좋겠다. 소셜 미디어는 당신이 되고 싶은 이미지를 제공하며, 불행히도 나는 그것에 잡아먹혔다.

– 유튜버 Etika, 자살 직전 남긴 영상에서6

좋아요와 나르시시즘

인스타그램에 대한 가장 두드러진 비판 중 하나는 ‘현실과 동떨어진 허상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요?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과 달리 기본 게시물 공개 범위가 전체공개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개방성은 게시자가 ‘전체’라는 추상적인 대상을 의식하게 만들어 대중이 원하는 바를 이상으로 삼고 추구하도록 만들고, 그 과정에서 심리적 경쟁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에 대한 경고는 고대에서부터 있어왔습니다. 그리스의 나르키소스 신화는 연못에 비친 자신의 모습과 사랑에 빠져 앓다가 죽어버린 나르키소스의 이야기입니다. 중요한 점은 나르키소스가 실재하는 자신이 아니라 연못에 비친 자신의 허상과 사랑에 빠졌다는 점입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소셜 미디어가 나의 허상을 보여주는 연못이 되고, 이 연못은 다른 사람의 욕망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에코와 나르키소스>, John William Waterhouse, 1903

좋아요와 팔로우를 늘리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행동을 하고, 타인의 시선을 끊임없이 의식하면 건강한 자아는 서서히 위협받기 시작합니다.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는 근대사회를 개인이 어둠 속의 권력자에게 끊임없는 감시를 받는 판옵티콘 감옥에 비유했는데, 현대인은 역으로 대중에게 감시를 받는 역판옵티콘에 스스로를 던져 넣고 있습니다. 이 역판옵티콘에서는 팔로워와 좋아요 수가 많을수록 나를 감시하는 어둠 속의 간수가 늘어납니다.

‘더 재미있게, 멋지게 살아야 한다’ 는 강박을 느껴본 적이 있으십니까? 내 생각과 행동이 SNS라는 역판옵티콘 감옥의 지배를 받고 있지 않은지 점검해보아야 합니다. 게시물의 공개 범위가 전체공개이거나 팔로워 수가 많을수록 그 영향은 더 큽니다.

판옵티콘 감옥에서 다수의 죄수는 중앙에 있는 한 명의 감시자에 의해 감시를 받습니다. 감시자가 있는 곳은 어둡기 때문에 죄수는 감시자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SNS라는 역판옵티콘에서는 어둠 속에 숨은 팔로워가 중앙의 나를 감시합니다.

나르시시즘의 문제 – 관계적 수동성

SNS가 어떻게 나르시시즘을 부추기고 건강한 자아를 위협할 수 있는지 알아보았습니다. 하지만 나르시시즘의 문제는 개인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나르시시즘에 빠진 사람들의 특징은 내재된 수동성입니다. 이들은 이상을 추구하며 열심히 살아가기 때문에 얼핏 능동적인 사람으로 보이기 쉽지만, 자신이 타인으로부터 원하는 것을 능동적으로 요구하기보다는 매력적이거나 불쌍한 사람이 되어 타인이 자신을 위해 움직이게 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결과로 주위 사람 또한 고통받게 됩니다.

앞서 말한 1대 다 커뮤니케이션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수동성을 발달시키기 쉽습니다. 다수의 사람을 만족시키기 위해 계속해서 메세지를 수정하게 되면, 메신저는 수신자를 한명 한명의 사람으로 인식하기보다 대중이라는 추상적 집단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이러한 인식 체계가 일상으로 이어지면 삶에서 사람을 개별적으로 인식하고 관심을 기울이려는 의지가 약해지게 됩니다.

이는 일상생활에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삶의 문제를 외면하게 되고, 자신을 가꾸고 발전시키는 데에만 집중하게 되며, 더이상 그러한 방식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때는 좌절과 우울을 겪게 됩니다. 그리고 그로 인한 고통의 정도가 심해지면 정신 질환으로 연결될 수도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행동하기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하는 곳이 좋을까요? 당장 SNS를 모두 탈퇴하거나 페이스북 사무실로 달려가 서비스를 폐쇄하라고 시위할 필요는 없습니다. 좋아요가 주는 고양감을 경계하며 현명하게 SNS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행동을 적용해볼 수 있겠습니다.

  • 여럿이서 컨텐츠 제작하기

유튜브 채널 등 전체공개 미디어를 운영할 때, 혼자서 컨텐츠를 제작하기보다는 여럿이서 함께 제작하고 출연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는 대중의 피드백을 분산시켜 1인이 받는 영향을 감소시켜 줍니다.

  • 전달하려는 메세지 검토하기

게시하려는 메세지에 ‘나’ 가 얼마나 포함되어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의 특수성을 통해 타인에게 만족을 주려 하다보면 나는 타인의 필요에 예속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전문적이고 보편적인 지식을 전달하면서 메세지와 나를 분리한다면 내가 대중으로부터 받는 영향은 작아집니다.

  • 메세지 수신자 제한하기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자신의 삶을 전시하는 1인 미디어의 경우, 전체공개가 아니라 친구공개로 포스팅을 게시하는 편이 도움이 됩니다.

페이스북 게시물 공개 범위 설정하기

인스타그램 계정 친구공개 설정하기

  • 디지털 디톡스 시도하기

소셜 미디어를 소비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은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컨트롤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일상을 공유하고 싶은 충동이 들 때 바로 포스팅하지 않고 잠시 시간을 두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아이폰에서 소셜 앱 사용시간 설정하기(iOS 12 이상)

안드로이드에서 소셜 앱 사용시간 설정하기(안드로이드 10 이상)

  • 마음 알아차리기

‘나는 지금 왜 이것을 공개적으로 게시하고 싶을까?’ 무언가를 포스팅할 때마다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 보세요. 그 이유는 수동적 커뮤니케이션, 자기 과시, 외로움 등 여러 가지일 수 있습니다. 동기를 알아차리는 것 만으로도 건강한 자아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 만일 단순히 기록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포스팅하려는 게시물이 반드시 다른 사람에게 공개되어야 하는지, 적절한 공개 범위는 무엇일지 생각해 봅시다.

마치며

좋아요가 항상 건강에 안 좋은 것은 아닙니다. 주변 사람과의 소통을 위해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것은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할머니가 손주의 일상에 누른 좋아요가 나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1인 미디어 사용에 몰입할 때 나타나는 부정적인 영향이 여러 곳에서 보고되고 있으며, 그럼에도 사용자는 충분한 주의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7 1대 다 커뮤니케이션의 특성과 영향을 명확하게 알고 있으면 부정적 영향이 나타났을 때 더 기민하게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소셜 미디어가 정신건강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염두에 두고 건강하고 행복한 소셜 라이프를 즐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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